시험을 치르고 한 주 정도의 자기 정비의 시간을 가졌다면 지금쯤 임용시험 2차를 위한 스터디를 구성하고 앞으로 3주간을 어떻게 보낼 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차 시험을 합격할지, 혹은 불합격할지 미지수이지만 절박한 마음으로 2차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면 여러 가지가 궁금하고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 지 막막한 상황일 것이다. 오늘은 그 중에서 임용 2차를 대비한 시연과 지도안 작성법에 대해 서술하겠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은 나의 경험에 기초한 판단과 분석인 것을 미리 밝혀둔다.
동교과에 임용 2차 시험을 경험한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비사대생인 내가 시험에 응시할 때는 이걸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창의적인 방식(=합격과 멀어지는 방식)으로 시험을 준비했다.
<내가 해 본 창의적인 방법들>
1) 2차 시험을 대비해 상업교과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상업경제'의 거의 모든 주제를 시연 주제로 다루어 수업 연습했다. 이게 왜 창의적인 방법(=합격과 멀어지는 방법)이냐면 우리 교과의 경우(상업) 임용 시연 주제는 계속해서 반복되어 출제되는 편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도입하고 연습하는 것 보다는 나올 법한 시연주제와, 시연 조건을 가지고 이걸 공식화 하는 것이 더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왜냐하면 임용시험이 항상 '도입(동기유발&학습목표제시 포함)-전개1(개념학습)-전개2(모둠학습)-정리(형성평가&차시예고)' 순서로 구성되어있는 '50분짜리 수업'을 짜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 시험은 이 수업 구성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창의적인 방식이 크게 들어갈 여지가 없다.
2) 교육학 이론을 접목하여 2차 시험에 접근했다. 여러 가지 토의 학습 모형들이 모둠 활동에 들어갈 때 어떻게 표현되어야 하는지를 분석하고 이럴 때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 쓰자고 하며 스터디 했다. 모둠활동 조건으로 'TGT' 모형이 나오면 이렇게 써야지, '브레인스토밍'이 나오면 이렇게 써야지 하는 고민은 시험의 핵심을 알지 못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배가 산으로 가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상업교육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에 녹여내는 것이 포인트 이므로 수업 시연 조건에서도 'TGT'방식을 표현하라가 아니라 '모둠활동이 잘 운영될 수 있는 규칙을 2가지 제시하시오'하는 류의 조건이 제시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도 '1) 모둠원의 역할을 배정한다 (예) 이끔이, 기록이, 꼼꼼이 2) 모둠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활동 시간을 정한다' 같은 내용을 제시하면 된다.
그리고 이외에도 상당이 창의적이고 메타인지를 많이 쓰는 방식으로 스터디, 공부를 해왔으나 감독관으로 들어가신 선생님들로 부터 들은 조언, 시험을 여러 차례 치룬 경험을 바탕으로 내린 나의 결론!!은 아래와 같다.
1. 2차 시험도 정답이 있다. 이제는 사람들이 흔히들 잘 알지만, 2차 시험도 1차 시험 처럼 답안지가 있고 키워드를 바탕으로 채점한다. 우리는 시연, 지도안 조건에 제시된 것들을 보고 정답을 잘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얼마나 창의적인가를 기준으로 뽑는 시험이 아니라 정답을 썼는지/아닌지로 평가하는 시험이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답을 잘 쓰면 된다.
2. 지역별로 시연이나 지도안 조건은 다를 수 있다. 같은 과목, 같은 주제를 다루는 문제가 출제되었더라도 지역별로 시연하라고 하는 조건과 지도안에 작성하라고 하는 조건 간에는 차이가 있는 경우를 목격하였다. 예를 들어 A 지역에서는 동기유발-전개1(개념학습)-전개2(모둠학습)을 시연하라고 조건으로 제시하는 반면, B 지역에서는 학습목표제시-전개1(개념학습)-전개2(모둠학습)-정리(형성평가)를 하라고 제시하는 식이었다.
3. 교사-학생을 구분하여 지도안을 작성할 필요는 없다(우리교과의 경우). 이건 다른 교과 선생님들이랑 같이 면접 스터디를 하면서 알게된 것인데 어떤 교과(예:국어)는 지도안 작성 종이가 처음부터 교사와 학생이 나누어서 구분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 교과의 경우 교사의 발문과 학생의 행동을 구분하는 칸이 처음부터 레이아웃 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나의 경우에는 동기유발이나 모둠학습 때 교사와 학생의 발문과 행동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자로 다단을 둘로 나누어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작성했다. 이 편이 시간 상으로도 효율적이고 굳이 시연 때 못할 부분을 지도안에 적어서 감점되는 요소를 줄이는 길이다.
4. 지도안 작성 시간이 너무너무너무 부족하다. 분명히 2차 시험을 대비해서 시간에 맞춰 지도안 작성하는 연습을 열심히 하고 가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주제와 지도안 작성 조건이 나올 수 있다. 나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을 상당히 당황스러워 하는 사람은 이런데 완전 쥐약이다.ㅠㅠ 그래서 처음 2차 시험을 치루고 난 다음에 깨달은 것이 있는데 '연필로 먼저 지도안 작성조건에 따라 작성하고 그 다음 펜으로 덧대 쓰자'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촉박한 시간 내에 잘못 쓴 답안지를 계속해서 두줄로 그어가면서 수정하면 결국 지도안 작성지는 넝마가 된다. (화이트를 못씁니다 여러분..ㅠㅠ) 그렇기 때문에 연필로 먼저 답안을 작성하고 15분 정도를 남겨두고는 이를 펜으로 덧대 적은 다음 연필 자국을 지우개로 지우면 깔끔한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 답안지의 두께와 지우개로 지웠을 때의 물리적인 힘을 고려하였을 때... 나의 가장 강추펜은 '사라사 클립 0.5 검정' ♥ 합격한 후에도 계속 계속 가장 사랑하고 있습니다.
5. 연습이 답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연습을 전제로 한다. 돌이켜 보니 바보 같고, 어리석었던 나의 방법도 사실 지금에야 느끼는 것이고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던 모든 경험들... 그리고 2차까지 올라가지 못했지만 매년 해왔던 이 시기의 스터디가 나를 굉장히 많이 성장시켰다. 특히 기간제 경험(=실제로 학생들을 가르쳐본 경험)이 없는 초수 임고생의 경우에 더욱 그럴 것이다. 어떻게든 칠판을 활용해서 여러 사람들 앞에서 교과 내용을 설명해보고(처음 수업을 해보면 교과 내용도 잘 숙지하지 못한 부분이 많아 수업하기가 굉장히 부담스럽고 어려울 것이다) 부끄러워도 해보고, 지도안도 정말 많이 써보고, 좋은 자료를 찾아 참고해보면서 꾸준히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한다.
6. 자신을 잘 포지셔닝 하라. 수업 시연을 할 때는 자신에게 제일 잘 어울리도록 컨셉을 잡고 이를 감독관에게 잘 보여주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에는 처음 보면 약간 차가운 느낌을 준다는 주위의 평가가 있어 일부러 머리를 우리집 강아지 시츄 처럼 귀엽게 하고 가기도 하고, 평소보다 훨씬 더 표정도 풍부하게, 더 많이 웃으면서 시연을 하려고 했다. 그리고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마를 드러내는 것이 좋겠다 생각하기도 하고, 하얀색 블라우스가 더 나아보이는지, 분홍색 블라우스가 더 나아보이는 지 영상을 통해 확인하기도 했다. 어떻게 비춰지고 싶은지를 생각하며 열정있게 수업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두서 없이 주저리 주저리 적었지만 2차 준비하시는 선생님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그래도 많이 전달한 것 같다. 그리고 이 글을 작성하면서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 선생님들이 계시면 돕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상업 2차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선생님이 계시다면 자신이/스터디에서 만들어본 2차 시험지나 직접 작성한 지도안을 첨삭 받아보고 싶으신 선생님들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pdf 파일로 보내주세요. (biz.ssam.ssun@gmail.com) 제일 못 작성했다고 생각하는 자료를 보여주실수록 제가 해드릴 말이 많을 것 같습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제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 드릴게요.